[Scrap]Video

[스크랩] 악기 박물관에서 노는 건 재미있지!

Klara Song 2007. 7. 10. 11:25




이 악기는 베네치아의 스피넷이다.
건반이 무겁고 음이 오래 지속되어서
연주할 때 마치 스키화 신은 무거운 발을 끌고가는 기분이 든다.

피아노 손 놓은지 5년만에 건반과 악보를 다시 보니 반갑다.
처음 다루어보는 악기를
처음 연주해보는 악보로 갑작스럽게 대면했다.
하여, 특히 피아노 잘 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 우습겠지만,
그냥 연주 말고 악기 소리만 들어주면 좋겠다. :)
어설픈 것도 그냥 그런대로 정겹지 않은가. ㅡ_ㅡㅋ

이곳은 라이프치히 대학의 악기 박물관.
여러 악기를 직접 연주해볼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매력을 가진 곳.

스피넷 위에는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노트' 악보가 놓여있다.
이 곡을 처음 쳐보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따라칠 수 있는 미뉴엣이 펼쳐져 있다.
악기와 친해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박물관 측의 센스가 돋보인다.


 

이 악기는 클라비코드이다.
녹음된 것을 들으니 평범하게 들리지만,
직접 연주할 때는 호감이 가는 편안한 소리를 나즈막히 울려내었다.
뒷부분 연주에서 배경으로 보이는 악기는 신기한 모형 오르겔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쩐지 수업에 가기 싫더라니,
하루종일 진행되는 수업이 갑자기 휴강되었다.
숙제하느라 잠도 못 자고 퀭한 폐인 모드로 어슬렁거리다
별 기대없이 그냥 들러본 악기 박물관.

라이프치히 대학 음악학과에서는
이곳에서 악기학에 관한 수업과 실습도 한다.

오늘은 수업도, 행사도 없어서 관객이 나 혼자 뿐이었다.
박물관의 아주머니는 무척 친절한 분으로,
나를 방마다 일일이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설명해주셨다.
그러더니 악기를 직접 다루어 보라면서 자리를 비켜주신다.
덕분에 박물관을 혼자 차지하고 앉아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타악기를 직접 다루어 보면서
여러가지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관악기는 위생 문제 때문인지 실습용이 하나도 안 보였다.
현악기는 다룰 줄을 모르니 구경만 했다.

역시 가장 재미난 것은 건반악기.
실로폰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실로폰용 악보는 따로 없어서 망향의 심정을 담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동요 '고향의 봄'을 쳤다.
채가 2개이니 왼손으로 낮은 성부를 쳤는데,
악보도 연습도 없이 치려니 낮은 성부가 계속 헷갈렸다.
악기도 헷갈리게 생겼는데 마랴...



아주머니께서 이 악기 박물관은
2년 내로 '그라시 박물관'으로 옮겨간다고 여러번 강조하셨다.
그 때는 수천개의 악기를 구경할 수 있는
대규모 악기 박물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란다.

그라시 박물관이 완공되면
음악학과 악기학 수업을 들어야겠다.

악기 박물관에서 노는 건 재미있다.

출처 : [유지원님 미니홈피]blog.naver.com/pamina7776
작성자 : 유지원
작성일 : 2004.12.09